오랫동안 사용되어온 저렴한 당뇨병 약물이 원숭이의 뇌 노화를 늦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에 따르면 이 약물은 뇌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장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약물이 인간에게도 비슷한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연구는 3년 이상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연구 대상은 노화된 수컷 원숭이들이었다. 연구진은 원숭이들에게 당뇨병 치료제로 흔히 사용되는 메트포르민을 매일 투여했다. 메트포르민을 복용한 원숭이들은 그렇지 않은 원숭이들에 비해 뇌의 나이와 관련된 기능 저하가 훨씬 더디게 진행되었다.
이 원숭이들의 뇌 활동을 분석한 결과, 메트포르민을 복용한 원숭이들의 뇌 활동은 나이로 치면 약 6년 더 젊은 원숭이들과 유사했다. 인간으로 치면 약 18년 더 젊은 뇌 활동을 보인 셈이다. 또한, 이 원숭이들은 인지 능력이 향상되고 간 기능이 더 잘 유지되는 결과를 보였다.
메트포르민의 역사와 기능
메트포르민은 지난 60년간 2형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을 낮추기 위해 사용되어 왔다. 이 약물은 저렴하면서도 널리 처방되는 약으로, 미국에서는 두 번째로 많이 처방되는 약물이다. 메트포르민은 당뇨병 치료 외에도 암, 심혈관 질환, 그리고 노화와 같은 다양한 질환에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며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전에 벌레, 설치류, 파리, 그리고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메트포르민이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영장류인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트포르민의 항노화 효과가 단순히 혈당을 낮추는 데서 오는 것인지, 혹은 다른 메커니즘에 의해 나타나는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
이번 실험은 중국 과학원에 소속된 생물학자 광후이 리우(Guanghui Liu)와 연구팀이 진행했다. 연구팀은 12마리의 노화된 수컷 원숭이들에게 인간 당뇨병 환자들이 복용하는 표준량의 메트포르민을 매일 투여했다. 이 외에도 16마리의 노화된 원숭이들과 18마리의 젊거나 중년의 원숭이들이 대조군으로 사용되었다. 원숭이들은 40개월 동안 메트포르민을 복용했으며, 이는 인간으로 치면 약 13년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연구진은 이 기간 동안 원숭이들의 79가지 조직과 장기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뇌를 촬영하며 정기적인 신체 검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원숭이들의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할 수 있었다. 생물학적 나이는 실제 나이와 달리 장기와 조직의 노화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메트포르민의 항노화 효과
연구 결과 메트포르민을 복용한 원숭이들은 폐, 신장, 간, 피부, 그리고 뇌 전두엽 등 여러 조직에서 노화가 더디게 진행되었다. 또한 만성 염증, 즉 노화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도 확인되었다. 다만, 이 연구는 메트포르민이 수명을 연장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니었으며, 앞선 연구들에서도 수명 연장보다는 건강 수명, 즉 건강하게 사는 기간을 연장한다는 결과가 주로 도출되었다.
연구진은 메트포르민이 원숭이들의 장기를 사실상 ‘젊게’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특히 뇌를 보호하는 메커니즘 중 하나로, 메트포르민이 NRF2라는 단백질을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NRF2는 염증과 손상으로 인한 세포 손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추가 연구의 필요성
이 연구는 메트포르민이 원숭이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잘 보여주지만, 인간에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우선 이번 연구는 12마리의 원숭이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더 많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반복 실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이번 연구는 수컷 원숭이들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암컷 원숭이들에게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현재 120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메트포르민이 인간의 노화를 늦추는지 확인하는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더 큰 규모의 연구도 계획 중이다. 이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메트포르민이 노화를 늦추는 주요 약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
메트포르민이 노화와 관련된 여러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임상 시험을 통해 이 약물이 인간의 노화에도 효과가 있는지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레퍼런스 :
Bekker, L.-G. et al. N. Engl. J. Med. https://doi.org/10.1056/NEJMoa240700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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